고은정의 《김치 책(The Kimchi Book)》, 사계절 우리 김치를 한 권에 담은 특별한 선물

김제니 기자

jennykim.jdd@gmail.com | 2026-08-13 16:09:05

조인숙 건축사의 《김치 책(The Kimchi Book)》 리뷰

잦은 출장에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김치를 먹는 일이다. 얼마 전엔 김치 대신 《김치 책 (The Kimchi Book)》 몇 권을 앞에 놓고 급한 대로 김치 부족증을 달랬더니 친우들이 도대체 뭐 하는 것이냐고 묻기에 “아쉬운 대로 김치 책이라도” 하고는 웃어넘겼다.

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재주는 없다. 게다가 요즘은 내용이나 주요 특징 및 저자 등에 대해서는 AI가 더 소상하게 소개한다. 그러나 김치책을 친우들에게 선물했을 때의 반응 몇 가지는 공유하고 싶다. 업무상 국외 출장이 다소 빈번하고 외국 친우들을 만날 기회가 더러 있다. 전에는 서울이 너무 커서 조그만 책에 담아 왔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영문 ‘서울을 걷는다’를 선물로 외국에 들고 다녔다. 요즈음은 《김치 책(The Kimchi Book)》을 들고 다닌다. 다소 무게가 있지만 사계절 제철 김치를 한 권에 담았으니 이보다 더한 귀한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김치를 소개하면서 의외로 외국인들이 스스로 김치를 담아서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치 책(The Kimchi Book)』표지 / 사진제공=(주)몽스북

한 예로 최근 바르셀로나 방문 시 건축과 출신인 현지 젊은 친구에게 이번에는 김치라고 하면서 《김치 책(The Kimchi Book)》을 소개했다. 며칠 후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본인이 평상시에 토마토 김치를 담아 먹었더니 그것을 본 한국 친구가 그런 김치가 어디 있냐고 해서 약간 주춤했다가, 내가 가져간 김치책을 본 순간 거기에 수록된 토마토 김치를 보고 쾌재를 부르면서 함께 공부했던 한국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본인의 소망은 거기 수록된 김치를 하나씩 만들어서 먹어 보는 것이라고 한다.

또 한번은 국제 학술대회 시 중요 인사에게 김치책을 선물로 드렸더니 주위에 있던 모든 외국인이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일이 있었다. 모든 분에게 드리지는 못하고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알렸다. 

평소 신세를 좀 진 이웃에게 신간인데 한번 보시라고 한 권을 보내 드렸더니 책이 좋다고 선물용으로 한 열 권 필요하다고 하셨다. 얼마 안 돼 다시 연락이 왔는데 지인들에게 선물했더니 뜻밖에 반응이 좋다고, 한 백 권 더 구입하시겠다고 해서 서점에 직접 연결을 해드렸다. 결국 일-십-백이 되었다. 

저자 고은정 선생님 및 영문 번역자 윤금진 박사와의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다. 여학교 동문인 윤 박사가 열심히 제철음식학교, 시의적절약선학교, 우리 장학교, 김치학교 등에 참석하기에 한편으로 부러우나 바빠서 합류하지 못하다가, 어느 해에 맛있는 부엌 제철음식학교에 등록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밥을 해 먹으러 다녔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게는 아주 중요한 기회였는데, 이는 그 개념이 맘에 들어서다. 대개 음식 배우는 사람들은 남에게 대접하거나 보여주는 목적으로 음식을 배우는데, 제철음식학교에서는 제철에 나는 재료를 바탕으로 하며, 자기가 먹는 밥을 제대로 해 먹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기조다. 거기에 매력이 느껴져서 합류했다. 밥도 종류가 많고 김치가 그렇게 다양한 줄 이미 알았음에도 여전히 생소했다. 다소 결석도 했지만 턱걸이로 졸업은 했다. 남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스스로는 대만족이었다. 지금도 출장 시 쌀을 가지고 다니며 냄비밥을 해 먹는다. 

고은정 선생께서 만든 어린이를 위한 『장 도감』, 『김치 도감』, 『밥 도감』, 『국찌개 도감』, 『반찬 도감』 등을 외국 파견 근무 나가는 조카의 어린 아이들에게 사 주면서 ‘외국에서 학교 다니다 보면 한국을 소개할 때 유용할 것이다’라고 하고, 귀국할 때는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오라고 했다.

이러한 작업들이 모두 김치 책의 바탕이다. 《김치 책(The Kimchi Book)》만으로도 오랫동안 기획하고 작업했음을 알 수 있다. 지리산 실상사 부근에서 맛있는 부엌, 제철음식학교를 이끌고 있는 고은정 선생은 특별히 제철에 각 고장에서 나는 재료에 진심인 분이다. 그 제철 음식 재료와 솜씨에 진심을 담아 45가지의 김치 담그는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김치 책이다. 이 김치 책은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영문이 압권이다. 한 항목, 한 항목을 단순 번역자가 아닌 직접 체험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 영어로 표현한 것이기에 더욱 귀중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글씨가 좀 작게 느껴지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적절한 사진이 있으므로 큰 문제가 안 된다.

남녀노소 내외국인이 모두 가까이하기에 편안한 책이다. 옆에 두고 때때로 보기를 권한다.

※필자 소개
조인숙
PhD,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1986~현재)
APEC등록건축사로, ICOMOS 국제목조학술위원회 공동회장을 맡았으며 건축유산 구조분석·복원 국제학술위원회(ISCARSAH) 부회장, UIA 건축유산·문화정체성  국제공동디렉터 등을 역임했다. 국가유산청 문화재수리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건축역사·건축설계·한옥 및 전통문화 분야에서 강의와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2023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박물관 리모델링 총감독 위촉 전문가로 참여했다.

장독대 / 김제니 기자 jennykim.jd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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