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장맛을 읽는 시대…장류 제조는 어떻게 달라질까
김제니 기자
jennykim.jdd@gmail.com | 2026-09-10 17:49:08
샘표식품 등 ‘K-소스 제조 AI 솔루션’ 개발 참여…경험 중심 품질관리에 데이터 더한다
사람의 코와 혀로 판단하던 장맛을 인공지능(AI)이 데이터로 읽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장류의 맛과 향을 분석해 원하는 풍미를 설계하고, 발효·숙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상징후를 미리 찾아내는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가 지난 6월 발표한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AX-Sprint)’ 선정 과제에 ‘K-소스 품질 개선 및 생산 효율화를 위한 제조 AI 솔루션’이 포함됐다. 샘표식품과 위존, 한국표준협회가 참여하는 과제로, 장류 제조 과정에 AI를 접목해 맛과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발효 상태 읽고 이상징후 미리 찾는다
장류 제조는 원료의 상태뿐 아니라 발효·숙성 과정의 온도와 습도, 시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오랜 경험을 가진 제조자의 감각과 축적된 품질관리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다.
이번 과제는 여기에 AI를 더한다. 발효·숙성 과정에서 축적되는 온도와 시간, 품질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분석해 평소와 다른 변화를 찾아내고 발효 이상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공개한 대표 선정 사례에 따르면 기존에는 작업자의 경험과 시스템에 기록된 정보를 토대로 맛과 품질 변화의 원인을 파악해왔다. AI가 주문량과 생산 일정, 발효 상태 등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면 이상징후를 보다 일찍 발견하고 대응함으로써 제품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자코·전자혀가 읽은 장맛, AI가 분석한다
AI의 역할은 발효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코와 혀가 느끼던 맛과 향을 데이터로 바꾸고 이를 토대로 제품의 풍미를 설계하는 기술도 개발 대상에 포함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시한 적용 기술 가운데 하나가 ‘전자코·전자혀 데이터 기반 K-소스 맛 설계 AI’다. 전자코와 전자혀를 이용해 맛과 향의 특성을 수치화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제품 개발과 품질관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새로운 장이나 소스를 개발할 때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기존 제품의 맛과 향을 데이터로 축적해 비교하거나,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의 특성을 분석해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등 장류 제조와 상품 개발의 영역까지 AI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
장인의 감각 대신할까, 뒷받침할까
그렇다면 AI가 장맛을 결정하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현재 공개된 AX-Sprint 과제 내용만으로는 AI가 실제 간장이나 된장 제조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장맛은 단순히 온도와 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원료와 미생물, 발효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감각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AI는 장을 만드는 사람의 경험을 대체하기보다 그동안 사람의 감각과 경험에 크게 의존했던 판단을 데이터로 보완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간장 제조 전문가는 “전자코·전자혀에서 확보한 맛과 향의 데이터와 발효·숙성 과정의 온도, 시간, 품질 데이터를 AI가 함께 분석한다면 발효 상태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상징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기존 품질관리 방식에 AI가 더해지면 간장의 맛과 품질을 보다 일관되게 관리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AX-Sprint는 생활·산업 전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을 가속화하고 완성형 AI 제품·서비스를 1~2년 안에 상용화하기 위해 추진되는 11개 부처 협업사업이다. 관계부처는 지난 6월 19일 총 229개 AI 제품·서비스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장독대 / 김제니 기자 jennykim.jd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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