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항아리에서 만나는 전통 장의 깊은 맛
“내가 먹는 된장, 내가 만든다” – 일상 속 장 문화 확산을 꿈꾸다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그 맛이에요.”
대전 보문산 자락에 위치한 ‘다정식당’은 매일 새벽부터 정성껏 끓인 *숨두부와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찌개로 하루를 연다. 보문산 등산객과 직장인, 매일 아침식사를 하는 단골손님은 물론 건강식을 찾는 병중 환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또한 식당은 보육원 아이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등 꾸준한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 숨두부: 순두부의 방언 (충청, 평북, 황해)
‘다정’이라는 이름 답게 ‘정이 많은 집’이라는 뜻이 담긴 식당은 이 곳을 찾은 이들이 모두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밥과 반찬, 찌개가 무한으로 제공된다. “우리 식당에 오신 손님이 손해를 본 것 같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대접해야 한다”는 시부모님의 말씀은 다정식당의 오랜 기간 변함없는 철학이 되었다.
결혼생활과 함께 시부모댁인 ‘다정식당’에서 보조를 하며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이지혜 대표는 시부모님이 오랜 기간 식당을 운영하며 손님들을 위한 건강한 한 끼를 늘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보리밥을 기본으로 한 식사에서 단백질 보완을 위해 직접 두부를 만들게 되었고, 남은 비지를 활용해 비지장과 된장찌개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 담그기는 이 대표가 전통 발효에 대해 깊이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통장류제조사 1급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보다 건강하고 진심 어린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직접 장을 담그게 되었다”며 “그렇게 시작된 장 담그기는 이제 다정식당의 한 그릇의 밥상을 넘어 ‘진심을 전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다정식당의 전통 장은 매년 10가마 분량의 국산 콩을 가마솥에 직접 삶아 손수 메주를 만들고, 자연풍에 말려 띄우는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진다. 100년이 넘은 항아리에서 2년 이상 숙성된 된장은 곧 식당의 된장찌개와 다양한 반찬의 기본이 된다.

식당의 대표 메뉴는 구수하고 건강한 보리밥을 기본으로, 매일 새벽 3시부터 정성껏 쑤어내어 주말에는 오전 7시 반 전에 모두 소진되는 숨두부와 도토리묵, 두부두루치기, 해물파전와 같은 곁들임 메뉴도 큰 인기다. 이외에도 직접 담근 된장을 활용한 상추 쌈장·시래기찜·나물무침과 고추장을 함께 섞어 넣은 부추장떡, 전통 간장으로 만든 상추대 장아찌 등은 모두 아침 시간에만 제공된다.
직접 담근 전통장이 들어간 음식을 맛본 손님들은 “어머니가 끓여준 맛”, “임종을 앞둔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음식”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 대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담그기’는 정통 장문화를 지키고 있는 사명이자 유산”
30년 넘게 장을 담그며 함께 해온 이모님들이 연로해진 후에도 묵묵히 장 담그기를 이어가지만 주변에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수고스럽게 할 필요가 있나”는 말도 자주 들린다는 이 대표. 하지만 그에게 장 담그기는 “전통 장 문화를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유산”이라고 말한다.
현재 식당에서는 가마솥 하나로 콩을 삶아 장을 담그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된장을 담글 계획이 있다고 설명한 이 대표는 “보다 안정적이고 위생적인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대량 생산과 위생을 고려한 설비 방식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는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동시에 식당과 된장공장을 새 단장해 손님들을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맞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젊은 세대와 함께 전통장 문화를 이어가는 그날까지
이 대표는 앞으로도 다정식당의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을 직접 담그고, 모든 반찬을 손질해 정성껏 대접하는 기본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최근 젊은 손님들 사이에서도 된장찌개에 대한 반응이 눈에 띄게 늘고있다. 이 대표는 “찌개를 맛보고 ‘대박’이라며 엄지를 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전통장이 여전히 사람들과 통할 수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을 함께 담그는 문화를 통해 이 가치를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을 전하며 장 담그는 시기에 전통장을 담그는 싶은 사람들과 식당의 항아리와 공간을 나누고, ‘내가 먹는 된장을 내가 만든다’는 경험을 대전 전역에 확산되기를 소망했다.
이 대표는 “장 담그기는 단순한 식문화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와 선조의 지혜, 땀의 소중함을 배우는 과정”이라며 “이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그 출발점이 다정식당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다정식당
|
|
장독대 / 박재영 기자 jaeng3210@gmail.com
[ⓒ 장독대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