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장(醬), 사람, 그리고 따뜻한 밥 한 그릇의 힘.

김제니 기자 / 2025-11-17 17:25:05
글: 팜앤라이프 한혜령 대표
간장협회 제3회 회원의 날 스케치
간장협회 제3회 회원의 날 스케치 / 사진=본인 제공

올해 마지막 간장협회(대표 우춘홍) 공식 행사인 회원의 날. 김포 ‘장수이야기’에는 이른 아침부터 설렘과 반가움이 가득했습니다. 간장협회의 회원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자리에 모인 오늘 행사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 우리 전통 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장에는 전국 각지의 생산자분들이 직접 가져온 다양한 전통 장 제품들이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었어요. 콩(메주), 소금, 물 그리고, 자연의 시간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진짜 장들입니다. 시식 코너에선 참가자들이 하나하나 맛을 보고, 생산자분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각자의 레시피와 담그는 노하우를 공유하며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빠른 산업화 과정에서 수입산 탈지대두 산분해와 온갖 첨가물로 만든 양조간장이 어느새 우리 밥상 위를 차지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게 진짜 간장인 줄 알고 있죠. 편리함과 가성비에 밀려 우리 전통 장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이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우리나라 전통 장 만들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공장형 양조간장과 제대로 된 전통 장의 차이를 잘 모르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오늘처럼 모두가 직접 만나서 맛보고 이야기하는 자리는 ‘진짜 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이곳에서만큼은 오롯이 콩(메주), 소금, 물 그리고, 기다림과 정성으로 만든 깊은 맛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었죠.

점심 식사로 준비된 차돌박이 버섯밥(고은정 선생님의 시그니처 한 그릇 밥)은 여전히 든든하고 따뜻했습니다. 저 역시 오늘 두 번이나 리필하며 행복을 만끽했어요! 행사 내내 선물도 많이 받아 무겁게 바리바리 싸 들고 돌아왔네요. 특히, 고은정 선생님께서 아미산쑥티 김우겸 선생님의 도마를 슬쩍 건네주신 센스(야호!), 조고희 산소리님께서 양보해 주신 ‘장도감’ 책까지… 오늘따라 행운도 가득했던 하루였습니다.

꽃과 식물이 어우러진 플라워 카페와 장독대 공간 덕분에 이번 행사는 더없이 특별하고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준비하신 회장님과 임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무엇보다 김포이야기 손찬락 대표님과 제철음식학교 동문 문소현 부장님과 임원진 모두가 애써 준비해 주셔서 더욱 따뜻한 분위기였습니다. 재작년 행사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왔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과 잠깐 뭉클했던 순간… 이런 소중한 인연들이 쌓여간다는 것이 바로 간장협회의 힘이고 우리 전통 장 문화를 잇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간장, 된장, 고추장이 더 많은 밥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앞으로 팜앤라이프도 더욱 고민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통 장은 결국 사람이 지키는 것, 그리고 함께 나눌 때 그 가치가 더욱 깊어진다.”


한 혜 령 (이로운 생활상점 _ 팜앤라이프 대표)


장독대 / 김제니 기자 jennykim.jd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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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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