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공급 끊겨 일부 지역 양조장 '셧다운'

박재영 기자 / 2025-08-28 10:40:27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일부 전통주 업계는 직격탄
전통주 업계, “양곡법, 업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완책 필요"

 

전통주 판매점에 진열된 각 지역의 전통주 / 사진= 장독대뉴스

최근 쌀 공급이 막히면서 일부 전통주 제조업체들이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잉여 쌀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지역 원료 사용을 강제하는 지역특산주 현행법 상 일부 업체는 타 지역 쌀을 사용할 수 없어 생산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회가 지난 3일 양곡관리법(이하 양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내년 8월부터 새로운 쌀 수급 관리 체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윤석열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추진됐다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처음 행사돼 폐기되었으나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사전에 수급 계획을 직접 마련하고, 수급 불안 시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통해 대책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일부 전통주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쌀 원료 수급과 직결된 만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다. 현행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지역특산주로 분류된 전통주의 경우 제조장 소재지 또는 인접 지역에서 생산된 쌀만 원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특정 지역에서 쌀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대체 원료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즉시 생산이 중단된다. 

 

파주 양조장 업체 '미음넷증류소'의 증자기. 현재 운영을 중단한 상태 / 사진= 미음넷증류소

실제로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전통주 제조업체 ‘미음넷증류소’는 쌀을 공급받는 파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부터 최근 약 두 달간 쌀 공급이 중단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업체 측이 확인한 결과, 지난해 파주 지역의 작황 부족으로 목표치만큼의 쌀을 수매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파주를 비롯한 경기도 북부 지역 전반에서 가공용쌀 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지역특산주를 생산하는 미음넷증류소의 경우 경기도를 제외한 타 지역에서 쌀 공급이 가능하더라도 해당 쌀을 원료로 사용할 수 없어 생산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송충성 미음넷증류소 대표는 “쌀 공급 불안이 반복되면 제조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업계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곡법 개정 논의와 함께 전통주 업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행 법률의 취지를 유지하되, 긴급 상황에 한해 타 지역산 쌀 사용을 허용하는 단서 조항을 법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형마트의 진열대에서 판매 중인 전통주들 / 사진= 장독대뉴스

정부는 잉여 쌀 문제 해결을 위해 전통주를 소비 촉진 수단으로 활용해왔으나, 실제 정책과 전통주 산업의 연계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양곡법 개정으로 정부의 수급 관리 권한이 강화된 만큼 전통주 산업도 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 공급 차질에 그치지 않고, 전통주 산업 전반에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장독대 / 박재영 기자 jaeng3210@gmail.com

[ⓒ 장독대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재영 기자

장, 김치, 술 등 한국 발효 식문화에 관한 기사 제공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