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을 지키고 이어가는 곳 ‘영원한 생명–무량수’를 다녀왔습니다.

박재영 기자 / 2024-06-19 17:55:15
글 : 사단법인 간장협회 최애란 이사
듬직한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영주에 터를 잡은 무량수
정병우 대표 "1,000여 개의 항아리 모두 열어 분석하고 수치화"

경북 영주 '무량수'에 즐비한 1,000여 개의 장독대 / 사진 = 간장협회

 

간장협회 6월의 찾아가는 장독대는 영원한 생명이라는 뜻을 간직한 무량수를 찾았습니다. 눈부신 초록이 여름을 시작하는 계절에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이십여 명의 간장협회 회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량수 정병우 대표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습니다. ‘무량수'무량수'는 영원한 생명이란 의미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드시는 분들이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병우 대표님의 아버님께서 직접 이름을 짓고 나무와 바위와 전통 한옥을 옮겨 와 터를 잡으셨답니다

 

듬직한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영주에 터를 잡은 무량수 / 사진 = 간장협회

 

영주는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는 가깝지 않은 길이었지만 마을에 들어서자 피로함이 싹 가실 만큼 예사롭지 않은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더군요. 한국의 산과 하늘에 멋지게 어울리는 마을의 나무들이 그러했습니다. 무량수의 입구부터 1,000여 개의 항아리가 있는 장독대까지 한국의 소나무와 바위들이 듬직하게 길 안내를 해주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마을의 작은 학교였다고 하네요. 너른 잔디밭과 듬직하고 멋진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장독대는 학교 운동장이었던 겁니다. 초록이 넘실거리는 잔디밭에 운동회처럼 하얀 천막을 치고 학교 교실에 있던 의자들이 초대받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이 어린 학생들이 쑥쑥 자라는 공간에서 우리 장들이 항아리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이 우리의 미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대표 제품을 소개하는 정병우 무량수 대표 / 사진 = 간장협회

 

정병우 대표의 아버님은 장이 너무 어렵고 점점 알아주는 이가 없으니 하지 말라고 하셨다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번듯하게 일구어 놓으셨는데도 여전히 우리장을 드시는 분들은 그 수가 늘지 않고 그나마 사 먹는 양이 줄고 회수가 줄어드니 우리의 장 사업은 힘들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병우 대표의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우리장이 꼭 지켜지고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준비 없이 가족기업을 물려받아 초장기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삼아 1,000여 개의 항아리를 모두 열어 그 맛을 분석하고 수치화하셨다고 하니 열정이 대단하시지요. 지금까지도 항아리의 맛을 분석하고 맛의 기준을 잡으려고 노력하신다고 합니다. 무량수가 만드는 무량수의 장맛과 장을 만드는 종균을 계속 연구하는 모습이 각별했습니다. 지역마다, 장을 담는 사람에 따라, 또 날씨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것이 우리 장의 특징이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특징을 찾으려 노력하고 발전시키는 모습이 우리가 정부에 바라는 모습이었는데 직접 실천하고 성과를 만들어 가고 계신듯하여 기뻤습니다.

 

무량수 제품 (왼쪽부터 국간장, 참기름, 고추장, 볶음고추장) / 사진 = 간장협회

 

그런데 우리장을 이렇게 잘 만들려고 애쓰는 것과 별개로 현실에서는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는 벽에 상심도 하신다고 하네요. 국내 요리사들과 만나고 관심을 보이는 해외 시선도 고려해 보았지만, 여전히 우리장의 특징을 이해하고 요리에 쓰는 일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라도 장을 모든 음식의 기본 간으로 이해하고 늘 곁에 두는 것이 당연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장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응하는 마음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볶음고추장과 쌈장을 판매하고 또 한식과 잘 어울리는 참기름, 들기름을 판매하고 계십니다.

 

​약된장 만들기 시연을 진행하는 고은정 간장협회 교육이사 / 사진 = 간장협회

 

먹어야 지켜진다.’ 간장협회에는 우리장과 발효음식을 기반으로 한식을 알리는 식생활 강사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장독대에는 우리장을 활용한 음식을 배우고 맛보는 시간이 있지요. 식생활 강사들의 선생님이신 간장협회 고은정 이사의 약된장시연이 있었습니다. 쉽고 맛있어야 하므로 기억하기 쉽게 재료는 모두 1:1입니다. 된장 400g, 두부 400g, 다진 소고기 400g, 다진 대파 400g을 준비하세요. 냄비에 두부를 으깨어 넣고 남은 재료를 모두 넣은 후 잘 섞어가며 보글보글 끓여줍니다. 여기에 들기름이 들어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고은정 간장협회 교육이사의 약된장 시연 / 사진 = 간장협회

 

미슐랭 2스타 주옥의 들기름 요리를 맛보고 새로운 한식의 가능성을 확인해 아버님의 무량수를 이어간다는 정병우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저도 고은정 선생님의 들기름 사랑이 생각났습니다. 역시나 고은정 선생님은 우리장과 어울리는 들기름 찬사를 이어가셨습니다. 그냥 먹기엔 다소 짭짤하지만 이렇게 만들어두면 여기에 양파나 버섯, 애호박을 넣어 된장찌개를 끓여도 되고 밥은 물론 칼국수면에 비벼 먹어도 좋겠다며 다들 다양한 응용 방법을 내놓기에 바빴습니다. 너무나 쉽고 모든 상에 잘 어울리는 약된장이 완성되었습니다

 

​무량수 곳곳을 둘러보는 찾아가는 장독대 참가자들 / 사진 = 간장협회

 

약된장 시식에 이어 정병우 대표와 무량수 곳곳을 둘러보는 산책을 진행했습니다. 쏟아지는 질문들에 시종일관 유쾌함과 다정함으로 먼 길 찾아온 간장협회의 회원들을 반겨주셔서 마음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찾아가는 장독대 6월 참가자들과 정병우 대표 (맨 앞 왼쪽부터 다섯번째) / 사진 = 간장협회

 

찾아가는 장독대로 우리장 산지를 둘러보는 일들은 우리가 서로 같은 곳을 보고 같은 바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지받으며 힘을 내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다음 달에 또 만나요.

 

사단법인 간장협회 최애란 이사
 

 

장독대 / 박재영 기자 jaeng3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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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기자

장, 김치, 술 등 한국 발효 식문화에 관한 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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